사카구치켄타로2 [연재: 상실의 궤도 ②] 이별, 그 뒤에도 — 부재(不在)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 (부재의 내면화, 애도 심리학, 지속적 유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우리는 흔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슬픔에도 유통기한이 있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 고통이 깨끗이 씻겨 내려가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상실을 직접 통과해 본 이들은 압니다. 그 믿음은 절반만 맞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슬픔의 형태는 계절이 바뀌듯 모습을 바꾸지만, 떠난 사람은 결코 우리의 삶에서 완전히 소멸하지 않습니다. 상실은 극복하여 정복하는 대상이 아니라, 남은 생 동안 기꺼이 곁에 두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하는 삶의 조건에 가깝습니다.이별 직후의 일상은 기묘한 낯섦으로 가득 찹니다. 함께 드나들던 단골 카페의 문손잡이, 별다른 목적 없이 주고받았던 짧은 문자 메시지, 문득 코끝을 스치는 그 사.. 2026. 4. 27. 퍼레이드 (소멸이 아닌 머무름,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정원) 안녕하세요, 인문학적 시선으로 스크린의 여백을 읽어내는 에디터입니다. 오늘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신작 (The Parades)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단순히 '슬픈 영화'라며 눈시울을 붉히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을 최루성 드라마로만 남겨두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죽음이라는 거대한 단절 너머에서도 여전히 우리 곁을 부유하는 '그리움이라는 상태'에 주목해 보려 합니다.영화는 어느 고요한 해변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재난 이후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이곳에서, 주인공 미나코는 아들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다 자신이 이미 세상을 떠났음을 서서히 깨닫습니다. 이곳은 서늘한 심판의 장소가 아닙니다. 이승에 남겨진 미련이 너무 깊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 2026. 4. 19. 이전 1 다음